지프의 원조, `독일 퀴벨바겐` 군용차

 자동차가 처음으로 전쟁에 쓰인 것은 1914년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 때였다. 오랫동안 군대 기동력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말(馬)은 이때부터 자동차로 빠르게 대체되기 시작한다. 초창기 군용자동차(이하 군용차)는 많은 짐과 병력을 실을 수 있는 트럭이 단연 중요했고, 전선에서 수색정찰과 긴급연락 및 지휘 등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작고 튼튼한 차의 필용성이 컸다. 기병대가 전차로 대체되면서 지휘자와 연락병 사이에 기갑부대와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새로운 차가 필요해진 것이다.

 

 

지프의 원조는 독일 퀴벨바겐

 

 `소형 경량 다목적 군용 승용차`의 개념을 가장 먼저 실용화시켰던 나라는 독일이었다. 2차 대전이 시작된 1939년, 독일군은 이전에 없었던 전술인 '전격전'을 펼치면서 순식간에 서유럽 전역을 석권해 나갔다. 오직 앞만 보고 내달리는 독일 기갑부대의 뒤에는 경량 군용차 `퀴벨바겐(Kubel Wagen)`이 있었다. 

 

 

 

 독일 국민차 `폴스바겐 비틀`을 설계한 `페르디난트 포르쉐(Ferdinand Porshe)` 박사가 만든 퀴벨바겐은 독일이 생산한 최초의 다목적 차량이다. 1939년 히틀러가 국방군이 사용할 군용차량을 포르쉐 박사에게 요구하면서, 장식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철저하게 기능만을 추구한 군용차의 표본이 탄생한 것이다.

 

 차명인 퀴벨바겐은 독일어로 욕조, 양동이 등을 뜻하며, 퀴벨시츠바겐(Kubelsitzwagen)의 약자로 `버킷 시트 차`라는 의미도 있다. 이는 차량의 문이 없는 경차량에 승차자가 차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버킷 시트(Bucket Seat)를 설치한 것이다.  

 

 

 

 퀴벨바겐은 철판 프레스 방식으로 제작된 단순하고 견고한 상자꼴 차체에 공냉식 4기통 985cc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대출력 23.5마력의 성능을 발휘했다. 탁월한 비포장 오프로드에서의 수송능력은 대성공적이었다. 실내 계기판에는 속도계 하나만을 장착하면서, 단순하지만 최적의 성능을 추구한 것이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퀴벨바겐의 구조적 단순함은 제조원가를 낮추고 전시에는 더욱 절실해질 수밖에 없는 제작시간과 전문숙련공의 정비시간을 줄였다. 이러한 이유로 전차나 항공기 같이 보다 중요한 장비들 우선순위가 주어진 상황에서도 퀴벨바겐은 51,000대 가량 생산될 수 있었다. 고도로 첨단화된 생산설비를 갖춘 현재와 달리, 전쟁 폭격의 휴유증과 심각한 물자부족을 겪었던 과거에 이 정도로 생산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퀴벨바겐의 기능이 인정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퀴벨바겐의 활약을 보고 충격을 받은 미국 육군. 이에 못지 않은 성능의 소형 군용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1940년 6월 27일, 육군성 내부에 설치된 '소형 정찰차 개발위원회'는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확정하고 `아메리칸 밴텀`과 `윌리스 오버랜드` 두 회사에 개발을 요구한다. 꼭 필요한 최소한의 성능기준을 제시하고 2개 이상의 회사를 경합시켜 그중에서 우수한 차를 채택하는 방식은 미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신형 군장비를 개발할 때 흔히 쓰는 방식이었다. 

 

 

 

 이때 제시된 기본조건은 차무게 585kg 이하, 적재중량 270kg 이상. 네바퀴굴림 사륜구동과 엔진출력 40마력 이상 등이었다. 이후 정식으로 개발을 의뢰받지 않은 포드가 '피그미'로 이름붙인 시작차로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었고, 미국 육군은 3개사 모두에 1,500대씩 주문하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밴텀 GRC, 윌리스 MB, 포드 GP는 메이커는 달랐지만 겉모습은 같았다. 처음부터 비슷한 디자인이었던 각사의 시작차 외관을 양산단계에서 육군의 요구에 따라 통일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3개사 중에서 가장 큰 생산설비를 갖췄던 포드는 뒤늦게 참여했지만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하게된다. 포드를 늦게나마 참여시킨 미육군의 판단은 결과적으로 현명했음이 곧 입증되었다. 미육군의 공식 장비표에서 '지휘, 정찰용 1/4톤 4X4 트럭'으로 분류된 지프(Jeep)는 이렇게 탄생했다. 종전과 함께 지프 생산은 공식적으로 중단되지만 화려한 명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면서 구식장비를 새로운 장비로 대체하는 시기에도 지프는 살아남아 1960년대까지 미육군의 현역장비로 사용된 것이다. 또한 산악지형이 많은 한국전쟁과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열사 중동전쟁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 

 

 

 

 전쟁이 끝나고 '아메리칸 모터 컴퍼니(AMC)'로 이름을 바꾼 윌리스 오버랜드는 지프 브랜드를 자사의 상표로 등록했다. 그후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산하의 지프 브랜드가 되었고, 오랜 시간이 흘러 '지프'라는 이름이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오프로드 사륜구동차를 총칭하는 일반명사로 불리게 된다. 현대 최신형 오프로드 사륜구동(4WD) 차량이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는 디자인 콘셉트를 70여년전에 완벽하게 제시한 차가 바로 미육군의 지프였고, 그 지프의 원조는 바로 독일군의 퀴벨바겐 군용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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